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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74

영화 "패왕별희" 리뷰 (잔혹한 운명, 무대뒤 통곡, 예술의 굴레) 잔혹한 운명- 피어날 수 없었던 꽃, 잔인한 시대의 서막1925년 북경,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경극 학교에 맡겨진 두 아이 두지(장국영)와 시투(장풍의). 살기 위해 피나는 고통을 견디며 서로를 의지하는 두 소년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50년에 걸친 중국 근현대사의 소용돌이를 배경으로 합니다. 첸 카이거 감독은 경극 '패왕별희' 속 우희가 패왕을 위해 죽음을 맞이하듯, 스스로를 경극 속 인물과 동일시하며 비극적 운명을 걸어가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예술과 시대가 어떻게 한 영혼을 파괴하는지를 서늘하고도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어린 시절부터 여자 역인 '단'을 맡아온 두지는 현실과 무대,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잃어갑니다. '나는 본래 사내아이로, 계집애가 아닌데'라는 대사를 억지로 읊으며 자신의 정체.. 2026. 6. 14.
영화 "살목지" 리뷰 (로드뷰의 공포, 비명, 참혹한 진실) 로드뷰의 공포- 박제된 기이한 공포어느 날 갑자기 포털 사이트 로드뷰에 찍힌 정체불명의 형체. 사람들의 호기심과 공포가 뒤섞인 소문은 괴담이 되어 '살목지'라는 고립된 저수지를 집어삼킵니다. 영화는 우리가 무심코 클릭하는 디지털 화면 속 평온한 풍경이 사실은 누군가의 비극이 고여 있는 무덤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가정을 던집니다. 감독은 일상과 맞닿아 있는 매체인 '로드뷰'를 공포의 매개체로 활용하며, 관객들에게 화면 너머를 의심하게 만드는 강렬한 첫 화두를 던집니다.평온했던 저수지 살목지는 기이한 로드뷰 사진 한 장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죽음의 늪으로 변합니다. 재촬영을 위해 이곳을 찾은 PD 수인과 촬영팀은 도착과 동시에 불길한 징조들과 마주합니다. 무너뜨린 돌탑, 사라진 선배 교식의 기묘한 재등장.. 2026. 6. 14.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 리뷰 (셔터 소리, 지옥도, 윤리의 붕괴) 셔터 소리- 유일한 진실이었던, 광기에 잠긴 미국을 기록하다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이들에게 전쟁은 어떤 의미일까.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개봉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묵직한 돌을 던졌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가 손을 잡고 연방 정부에 맞서는 내전이라는 설정은, 어쩌면 가장 견고하다고 믿었던 민주주의의 상징이 내부로부터 어떻게 붕괴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감독은 전쟁의 승패나 이념의 정당성을 따지는 대신, 카메라를 든 종군기자들의 눈을 빌려 전쟁이 개인의 삶과 기록자의 정신을 어떻게 잠식해 들어가는지 그 건조하고 잔혹한 과정을 묵묵히 따라간다. 세상이 둘로, 아니 그 이상으로 갈라져 총성이 빗발치는 풍경 속에서 관객은 비로소 ‘어느 편인가?’라는 질문보다 더 .. 2026. 6. 13.
영화 "마이웨이" 리뷰 (질주, 사라진 국경, 발자국) 질주- 1928년 경성, 두 소년이 내디뎠던 운명적인 첫발경성의 거리를 자동차보다 빠르게 달리던 소년 준식과, 조선 총독의 손자로서 권위의 중심에 서 있던 타츠오. 이들의 첫 만남은 단순한 달리기 시합이었지만, 그 끝은 시대를 뒤흔든 전쟁의 소용돌이였습니다. 193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두 청년에게 '조선인'과 '일본인'이라는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었고, 테러 사건이라는 비극적 굴레는 그들의 소중했던 우정을 파국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강제 징집과 소련군 포로수용소, 그리고 노르망디에 이르는 12,000km의 여정은 단순히 물리적 거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국주의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고, 적을 향해 겨눴던 총구를 거두어 동지의 손을 잡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2026. 6. 12.
영화 "침범" 리뷰 (지옥의 서막, 악의 파편, 심리적 유희 ) 영화 "침범" 리뷰 (기억의 틈을 파고드는 악의 파편, 누가 진짜 괴물인가에 대한 서늘한 심리적 유희)지옥의 서막- 선천적 사이코패스라는 낙인인간은 본디 평화로운 일상을 꿈꾸며 삶을 꾸려가지만, 때로는 그 평화가 아주 작은 틈으로부터 무너져 내리기도 합니다. 영화 "침범"은 곽선영이 연기한 영은이라는 인물의 일상을 통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공포스러운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일곱 살 딸 소연이 선천적인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깨달은 엄마의 고군분투는, 모성애라는 숭고한 가치가 어떻게 잔혹한 생존 본능으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적인 서사입니다. 날카로운 칼을 숨기고, 키우던 반려견을 죽이는 아이의 해맑은 표정은 그 어떤 성인 살인마보다 더한 서늘함을 선사합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선천적인.. 2026. 6. 12.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리뷰 (찰나의 시간, 일상의 온기, 상처 입은 영혼) 찰나의 시간- 낡은 연립주택의 창틈으로 스며드는 삶의 풍경세상으로부터 도망치듯, 혹은 바람이 이끄는 대로 발길이 닿은 작은 어촌 마을의 수산물 가공 공장. 이곳에서 오징어 젓갈을 만드는 청년 야마다는 거창한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그저 오늘 하루를 버텨내는 것에 방점을 둡니다. 그가 머물게 된 '무코리타 연립주택'은 50년의 세월을 겹겹이 쌓아 올린, 수많은 타인의 흔적이 묻어 있는 낡은 공간입니다. 이곳은 화려한 도시의 욕망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죽음과 삶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는 묘한 안식처입니다. 감독은 야마다라는 낯선 이방인을 통해, 텅 빈 밥상에 젓갈 하나를 올리는 소소한 일상이 어떻게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나가는지 담담하게 기록합니다. 무코리타라는 이름이 가진 불교적 시간의 의미처럼, .. 2026.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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